대한민국 영화 특수효과, 현 주소는 어떨까?
움직이는 모션베이스 장치가 설비 된 헬리콥터.
단순히 특수효과라고만 하면 너무 광범위합니다. "Special Effects". 약자로 VFX라 하는 특수효과는, 크게 시각적효과(Optical Effect)와 기계적효과(Mechanical Effects) 두가지로 나뉘어지는데요. 이 중, 기계적 특수효과의 정의는 무엇인지, 국내 수준은 어디쯤 왔는지, 어떠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특수효과? 컴퓨터 그래픽(CG) 말하는거야?
프로그램을 활용한 컴퓨터 그래픽 작업.
국내 대부분의 일반 사람들은 그냥 특수효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컴퓨터 그래픽, 즉 CG를 생각하게 됩니다. 주변인들이 필자에게 무슨 일을 하냐고 묻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럼 저는 단순히 이렇게 답변합니다.
"특수효과 팀에서 일하고 있어."
그러면 상대방은 신기하다는듯 말합니다.
"컴퓨터 그래픽 관련 전문가를 말하는거지? 언제 그런걸 배운거야?"
이렇듯 관련업 종사자가 아닌, 국내 기계적 특수효과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야는 매우 좁은 편에 속하며, 대부분 시각적효과를 생각하고 말죠. 이런 좁은 시야에 묶이는 이유는 업계 관련 전문 자료나 교육 시설이 없다시피한 국내 환경도 한 몫을 합니다. 그렇다면 기계적 특수효과는 대체 어떤 종류를 말하는 걸까요?
기계적 특수효과의 정의와 실제 예시들
나이트씬 강우기(비) 효과.
기계적, 또는 물리적 특수효과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되는 가상과는 반대로, 실제 구현되거나, 혹은 특수한 장비를 사용하여 일반적으로 연출할 수 없는 다양한 효과들을 의미합니다.
넓은 사이즈의 앵글에서 비가 필요할 때 스카이레인 장비를 사용.
기본적인 날씨효과들인 눈, 비, 바람, 안개 등을 실제와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정도로 구현한다던가. 일반인이 사용하기 위험한 화약으로 폭파를 일으킨다던지, 무거운 자동차가 뒤집어지는 사고를 연출하는것 등이 좋은 예시가 될 수 있겠습니다.
영화 "인셉션" 특수세트 활용 예시.
혹은 우주의 무중력 상태를 연출하기 위해 특수한 장비(특수세트, 특수 와이어 등)를 만들어낸다던가, 영화 죠스에 나오는 가짜 상어(지만 실제 상어처럼 움직임을 구동하는 기계장치)를 만드는것도 기계적 특수효과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이제 기계적 특수효과에 대해 감이 좀 오시나요?
국내 영화 업계가 가지는 한계, 어두운 일면.
전설으로 기록된 영화 "명량".. 필자도 특수효과로 참여한 작품.
대한민국 영화계는 실로 최고의 전성기라 할만큼 눈부신 성장을 했고, 현재 진행중입니다. 천만관객 달성이라는 지표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 볼 때, 문화 콘텐츠 산업이 가지는 수요가 엄청나다 할 수 있을정도이며, 그로 말미암아 영화업계는 큰 수혜를 받고 있는데요. 여기서 짚어볼 문제는, 과연 국내 영화 콘텐츠가 수요에 맞추어 질적으로 성장했느냐?를 묻는다면, 필자는 아직 아니올시다라는것입니다.
훌륭한 특수효과를 연출한 "왕좌의 게임"
물론 불과 몇년전만 생각해도 비교하지 못할정도로 큰 성장했다 볼 수도 있겠지만, 헐리우드 시장과 비교하면 정말 미비한 수준이랄까. 눈에 튀는 어색한 컴퓨터 그래픽이라던지, 굳이 콕 찝어 말하기는 어려우나 장면 연출이 어딘가 허술해 보이는. 그런 수준에서 여직 답보 상태로 보여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태국 드라마 스탭은 한국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고소득 직종.
필자는 관련 업계 시장이 가진, 구조적인 한계. 즉 업계 환경이 좋지 못하다는것과 그 환경에서 파생되는 고질적인 스탭들의 어려운 여건들이 장애물이라고보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문제인 낮은 수준의 스탭 임금과, 처우들을 예로 들 수 있겠죠. 낮은 임금도 문제지만 그마저도 제 때 지급되지 않는 임금체불도 빈번히 일어납니다. 혹독한 날씨나 환경에서의 근로조건은 물론이고요. 과연 이런 환경에서 스탭들이 열정을 갖고 일 할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명작으로 칭송받는 영화 "StarWars" 속 특수기법
또한 국내 업계의 값싼 마인드 역시 한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싸게싸게"를 중시하다보니 (촬영, 조명, 미술 등 메인 파트 외)다소 외면받는 외부 파트인 특수효과는 제대로 된 견적으로 일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쉽게 말해 가격을 후려친다고 표현해야할까요? 고급 기술인데 반해, 몇 안되는 업체끼리 낮은 가격으로 경쟁하게 되는 다소 암울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업계가 가지는 어두운 일면이죠. 이런 환경에서 특수효과인들 퀄리티 높은 수준이 나타날수 있을까요. 자본주의 사회에선 불가능합니다. 받는만큼의 퀄리티가 나오는게 당연하겠죠. 국내 특수효과가 발전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국내 스탭의 혹독한 근로환경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드라마 스태프와 관련된 사고는 이런 어두운 일면이 대외적으로 드러난 경우입니다. 혹독한 근로조건과 낮은 임불지급임에도 이정도로 눈부신 성장이 가능했던건 영화인들의 작품에 대한 열정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겠죠. 여기서 반대로 생각하면, 좋은 환경과 복지가 마련되면 훨씬 더 좋은 퀄리티의 작품들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 볼 수도 있겠죠?
물론 해결은 가능하다. 업계 사람들의 인식만 변한다면..
물론 다양한 변화를 꾀하는 시도는 있습니다. 영화산업노동조합은 영화업계에서 표준근로계약을 촉구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실제로 적용되어진 영화들도 꽤나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예산문제로 여전히 스탭들의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현장이 아직도 많은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정당한 보수와 복지를 누리고 싶은것은 당연하므로, 무조건 값싼 페이만을 중시하는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으로 좀 더 좋은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근로환경 개선 및 적정임금 지급에 노력해야만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비단 특수효과 업계만이 아닌 영화 산업 전반에 걸쳐 더 눈부신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